할리우드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김그륜은 묻는다. 신입을 뽑을 것인가, AI를 쓸 것인가. 그는 AI를 택했다. 이 선택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다. 무엇이 살아남을 것인가를 묻는 질문의 다른 표현이다.
영상 제작은 이미 변했다. 거대 스튜디오의 전유물이던 대규모 프로젝트가 이제 한두 명의 인력으로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된다. 제작 속도가 빨라진 만큼 클라이언트의 요구는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 AI가 기다리는 시간을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자유로워진 게 아니라 더 빠른 무한 루프에 갇힌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에게만 남을 것인가. 김그륜의 선택은 명확했다. 편집을 AI에게 맡기고 기획은 직접 한다. AI는 패턴을 조합할 수 있지만 새로움을 발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유튜브 콘텐츠로 공개한 박혜현 뮤직비디오 사례가 증명한다. 촬영으로는 불가능한 사슴의 움직임을 AI로 즉시 만들었고, 그 결과물은 기존 파이프라인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그 영상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어떤 감정을 담을 것인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었다.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AI가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인간은 의도적으로 불완전함을 설계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광고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완벽함이 아니라 작가의 손금이 묻어나는 어떤 부분이다. 김그륜은 AI의 랜덤한 생성도 함께 보며 그것이 자신의 상상보다 나을 때를 포착한다. 예측 불가능한 완벽함과 의도된 불완전함이 겹칠 때 창의성이 탄생한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그는 두 가지를 강조한다. 유연함과 실행력이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도구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리고 추상적 계획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옮겼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로 결심하니 배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기술은 언제든 바뀌지만 선택과 실행만은 변하지 않는다.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당신은 AI를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선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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