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선거 현장에서는 한국인의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투표 용지를 실수로 두 장 받은 사람이 둘 다 투표함에 넣으면, 그것이 유효표가 된다. 투표자 수보다 118표 많은 투표가 나와도 모두 유효표다. 선거인 명부에는 없지만 투표는 이루어진다. 이 모순들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투표함 밖에서는 엄격하지만, 투표함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검증이 무력화된다.
이 영상에서 주목하는 핵심은 일본 선거제도가 '기재 내용의 완전성'만을 유효성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투표 용지가 맞춤법 오류 없이 작성되었으면 유효하다. 그 투표가 부정한 경로로 들어온 것인지, 중복인지, 자격이 없는 사람이 한 것인지는 투표함 안에서는 알 수 없으니 묻지 않는다는 논리다. 노인 요양시설에서 35명의 의사를 한 후보자로 조작한 사건도, 투표 용지 자체는 흠이 없으므로 유효표 처리된다. 마치 법관이 범죄의 증거보다 법정의 절차를 더 중시하듯이.
더 흥미로운 것은 이 문제가 반복되면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6년 이후로도 같은 사건이 계속 터진다. 와세다 대학 교수가 학술 논문까지 썼다. 그러나 어떤 정당도, 어떤 정치인도 이것을 선거 쟁점으로 들어올지 않는다. '문제다'라는 말만 반복되고, 근본적인 개혁은 외교, 경제 따위에 밀려난다. 국민도 투표가 끝나면 결과에만 집중하고 투표율이나 부정 사건은 관심 밖이다.
일본의 지방자치 체제 때문에 모든 것이 지역마다 다르게 운영된다. 중앙에서 통일된 기준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지방 자치의 정신에 배치된다고 본다. 결국 각 지역의 관리자들이 손으로 만들고 손으로 세는 아날로그 방식이 유지된다.
가장 불안한 부분은 이것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21표 차이로 당선이 결정된 선거구에서, 35표 조작이 일어났다면 결과는 역전된다. 누군가는 이 허점으로 이득을 본다. 또는 이 허점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유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인데, 그 기초가 이렇게 불안정하다면, 투표 그 이후의 모든 권력 구조도 의심의 대상이 된다.
이 영상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투표의 절차적 완벽함과 결과의 정당성은 다른 것 아닌가. 한국에서는 이미 전자투표 도입을 놓고 싸우는데, 일본은 아직도 연필과 투표함으로 민주주의를 운영하고 있다. 더 불가해한 것은,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아무도 진지하게 물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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