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녹는데 북극곰이 살이 찐다는 소식은 역설적이다. 마치 병이 악화되는데 환자의 체중이 늘어나는 것처럼 이상하다. 최재천의 아마존 채널이 다룬 이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던 것들을 흔든다. 기후 변화는 무조건 동물들을 죽음으로 내몰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 말이다.
핵심은 적응이다. 해빙이 녹으면서 북극곰의 사냥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얼음 위에서 물범만 사냥하던 동물이 이제는 육지에 내려와 순록을 잡는다. 바다 코끼리까지 사냥 대상에 추가됐다. 극한 환경에 특화된 생물이 예상 밖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중인 것이다. 이것은 생명의 끈기를 보여준다. 동시에 얼마나 빠르게 세상이 변하는지도 말해준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스발르 제도의 북극곰이 살찐 것이 북극 전체의 상황을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의 북극곰들은 여전히 마을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간다. 일부가 적응했다는 것이 모두가 적응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것이 과학자가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더 깊은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투발루 같은 나라들이다.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역사 속에서 지켜온 국토 자체가 물에 잠긴다. 북극곰이 살아남는다 해서 이들의 고통이 사라지는가. 인류의 대다수가 견뎌낸다 해서 피해자의 슬픔이 정당화되는가. 적응의 이야기로 모든 것을 덮으면 안 된다. 누군가는 뜻하지 않게 희생물이 되고 있다.
최재천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과학자들이 계속 경고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낙관주의 때문이 아니다. 불공정함을 보기 때문이다. 잘사는 나라의 편한 일상이 다른 곳의 누군가에게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북극곰이 순록을 사냥하는 모습은 흥미로운 생태 사건이다. 최상위 포식자가 육지로 내려오면서 먹이 사슬 전체가 뒤흔들린다. 하지만 이 흥미로움도 결국 환경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보여줄 뿐이다. 생명이 적응하는 것과 생명이 파괴되는 것은 동시에 일어난다.
우리는 북극곰의 체중 증가를 희소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면 이것도 또 다른 신호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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